입주작가 개인전

2017 가창창작스튜디오 국내작가 릴레이 개인전 - 이지선

by 가창 posted Aug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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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17.9.5~9.15 / 9.19 ~ 9.29
장소 스페이스가창 A / 대구예술발전소 1층 1전시실

가 창 창 작 스 튜 디 오

2017 입주작가 개인전

 

 Linear narrative

선형적 내러티브

 

Jisun Lee 이지선

 

2017. 9. 5 TUE - 9. 15  FRI

가창창작스튜디오 SPACE GACHANG A

Opening : 2017. 9. 5 TUE| 6:00 PM

 

 2017. 9. 19 TUE - 9. 29  FRI

대구예술발전소 | 1층 1전시실

 이지선 웹용.jpg

 

시각의 서사

 

안진국 (미술비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획은 하나의 연속된 선이었고, 플래퍼가 가장 먼저 쓴 획이었다. 이것은 헵타포드가 최초의 획을 긋기도 전에 문장 전체가 어떤 식으로 구성될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 엘리, 2016, p.197.)

 

 

이미지로 쓰는 소설

인간은 선형적 존재다. 테드 창(Ted Chiang)의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영화 <컨택트>(2017) ; 원제 <Arrival>의 원작)에서 외계인 헵타포드가 등장한다. 그들은 페르마적인 모습을 보인다. ‘빛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선택하기 전,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페르마(Fermat’s principle)의 원리처럼 헵타포드는 시작하는 그 순간 이미 결과를 아는 동시적 의식 양태를 가졌다. 이것은 오직 선형적 의식만이 유일한 양태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인간은 선형적 사고를 벗어날 수가 없다. 물리적 법칙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인간은 순차적이고 인과적인 사건 해석을 통해 어떤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원인에서 결과로,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만들어낸다. 작가 이지선은 이런 인간의 존재론적 양태, 인간의 사유 방식에 따른 상상적 활동에 주목한다.

이지선은 자신의 작업을 이미지로 쓰는 소설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언급은 자신의 작품이 시각성(‘이미지로’)과 선형성(‘쓰는’), 상상성(‘소설’)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가 인간의 선형성에 주목하는 것도 이러한 자신의 작업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현상으로 서사(敍事)가 분절되고 분열되고 있을지라도 작은 단위(문장이나 문단)에서 서사는 여전히 순차적이고 인과적으로 기술(記述)되고 있으며, 그렇게 기술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인식 수준을 벗어난 이해 불가능한 서사(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시각 매체는 글(혹은 음악)과 같은 서사성(혹은 시간성)에 의한 선형성을 드러내기보다는 한순간에 작품 전체를 보는 동시성의 매체에 가깝다. 시각 작품은 시작과 끝 전체를 한 화면에 동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지선 작가는 이러한 시각 매체의 동시성을 넘어선 시각적 선형성(혹 그게 상징적 선형성일지라도)을 작품에 불러옴으로써 서사성을 확립한다. 그렇다면 글이 아닌, 이미지로 작업하는 이지선은 선형성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발현하는가?

 

드로잉의 잠재적 서사성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이지선 작가의 기법을 대변하는 한 문장을 쓴다면 바로 이 문장일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평면회화에서 모든 기법은 시간성을 가지고 있기에, 처음 시작과 마무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순차성, 즉 선형성이 두드러진 기법은 바로 선 드로잉일 것이다. 판화 매체를 통해 찍어내는 형식의 선이 아닌 이상, 선은 시작점과 끝점을 지니고 있으며, 결코 동시적으로 표현될 수 없다.다시 말해, 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그 길이를 연장하며 마침내 어떠한 형상을 완성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직 선만을 이용하여 작업하는 이지선은 선이 가진 순차성(선형성)을 이미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작가는 학부 때부터 선 드로잉 작업을 즐겼으며, 선만을 이용한 드로잉 작업도 하고(<1개의 yellow>(2004), <5개의 yellow>(2004), <39 yellow-take hat off>(2004) ), 그것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제작하여 동시에 전시하기도 했다(<3305 yellow손 흔들다>(2004), <aquarium>(2005), <yellow 3>(2004-2005) ). 이렇게 오직 선만을 이용한 드로잉 작업 형식은 독일로 유학을 간 2008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Zwischen den Landschaften>(2008), <I also see you> 연작 (2010)).

독일 유학 기간 이지선의 작업은 선 드로잉의 형식적 범주를 유지하면서도 질적으로 변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 이지선의 작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변화는 첫째, 창문 이미지의 본격적인 등장(<I also see you> 연작), 둘째, 텍스트의 등장(<Familiar Strangers> 연작 (2012-현재)), 셋째, 색채의 등장(<Vibration black>(2009-2010), <Familiar Strangers> 연작(2012))이다. 독일 유학 시절에 창문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작가의 고립감과 관련 있는 듯하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거리의 창문을 보며 거니는 것을 즐겼고, 건물의 창문을 통해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상상으로 떠올리며 발화되지 않는 이야기 지었다고 한다. 이러한 습관은 타국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작가 자신이 그곳과 친근해질 수 있는 통로로 작용했을 것이고, 그래서 창문 이미지가 소재로 작품의 표면에 등장한 듯하다. 발화되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는 작가의 뇌리에서만 점등되었다 금세 소멸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구조를 지니고 있고, 그 구조는 결국 작은 단위에서라도 선형적으로 조직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창문 이미지에 내재한 잠재적 서사성(발화되지 않은 서사)은 창문 이미지의 선()이 물질적 이야기(텍스트)로 대체되면서 가시적 서사성(발화된 서사)을 지닌 텍스트 드로잉(text drawing)’으로 변하는 양상을 보인다(<From the other side> 연작(2012-2014), <Starbucks>(2013), <Cologne>(2013), <Bookstall>(2013), (On the rhine(2014) ). 다만 이 가시적 서사성은 작가의 상상적 이야기에서 Google 검색 문서나 소설로 대체된다.이러한 창문 이미지 텍스트 드로잉 작업은 귀국 후에도 이어지는데, 특히, 올해(2017) 중국 레지던시에서 작업한 텍스트 드로잉에서 창문의 가시적 서사성은 극대화되어 나타난다(<Sunny’s home>(2017), <Rebecca’s room>(2017), <Jungwoo’s atelier>(2017), <Liu yun’s atelier>(2017) ). 중국 레지던시 상황은 이전에 독일 유학 시절, 특히 독일의 레지던시 ‘ArToll Kunstlabor e.V.’에서 작업하며 느꼈던 고립감과 유사했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차이라면 독일보다 중국에서 더 높은 소통의 장벽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영어조차도 통하지 않던 중국은 낯선 곳이었고, 자신이 작업하는 레지던시 작업실은 친숙한 곳이었으리라. 중국 레지던시 입주 기간 동안 작가에게 중국이라는 밖은 작가가 이전에 텍스트 드로잉에서 그렸던 건물의 창문 안처럼 알 수 없는, 상상으로 이야기 짓기가 가능한 낯선 곳이 되었고, 레지던시 작업실(창문 안쪽)은 작가가 잘 아는 공간으로 기존의 안과 밖의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러한 상황 변화가 어쩌면 작품의 중심을 창문에 두고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작업으로 작가의 마음을 이끈 줄도 모른다. 이전에 작가가 거리를 거닐며 창문 이미지를 찾던 방식에서 중국이 아닌, 지인의 작업실이나 거실, 침실 등의 창문 사진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상황 변화와 무관해 보이지 않다. 또한 작가가 텍스트로 이용한 문자가 독일어였다는 것도 그 의미를 배가한다. 다시 말해, 낯선 공간(중국), 타국어의 책(독일어 소설), 타인(지인)의 공간이 결합해서 나온 텍스트 드로잉은 자신이 주변부로 밀려난 상황에 대한 발화이며, 익숙한 과거(독일어 소설, 지인의 공간)가 스며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이러한 텍스트 드로잉은 텍스트의 등장과 한 몸을 이룬다. 창문 이미지의 등장이 텍스트의 등장보다 선행되었지만 창문 이미지의 텍스트 드로잉은 텍스트 등장으로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텍스트가 등장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작가의 현재적 관계성에 대한 모호함이었다. 다시 말해, ‘알고 있음알 수 없음사이에서 진동하는 작가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작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사람을 Google(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하여 Google이 알려주는 정보가 그 사람을 알 수 없는사람으로 역전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당연히 Google알고 있는사람의 이름만을 가지고 검색하기 때문에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정보도 검색되고, 유사한 이름도 검색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도 검색된다. 결국, 그 검색을 통해서 작가 자신이 알고 있는사람은 알 수 없는사람으로 전환된다. 이지선은 알고 있는사람의 실루엣 안에 Google 검색 정보를 제시함으로써 알고 있음알 수 없음의 모호한 경계를 작업을 통해 드러낸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는 2012년에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작업하고 있는 <Familiar Strangers> 연작이 되었다. ‘친한(familiar) 낯선 사람들(Strangers)’이라는 이 연작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연 내가 알고 있는이름의 허상과 알 수 없는존재의 실상을 텍스트 드로잉을 통해 작가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텍스트의 선형성은 이러한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으며, 텍스트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독일 체류 시절 변화 양상 중 색채의 등장은 우연한 계기로 찾아 왔지만, 최근에 이지선 작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페인팅 작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우연한 계기로 선 드로잉이 물에 젖어 번지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연성은 번짐 작업인 <Vibration black> 연작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연작은 선 드로잉의 행위성과 번짐의 시간성이라는 중층적인 선형성을 작품이 담고 있다. 번짐 작업은 선 드로잉의 단일한 색채가 내재하고 있던 다양한 색채를 드러내었고, 표현의 우연성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흘리기 기법과 친한 낯선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결합하여 2012년에 제작한 페인팅 작업 <Familiar Strangers> 연작을 통해 잘 드러난다. 특히 이 연작은 단일한 색채의 선 드로잉이나 텍스트 드로잉이 어떻게 최근에 선보이는 화려한 색채의 페인팅 작업(<Lotus field>(2017), <Dark trees>(2017), <Narrative of a tree>(2017), <Write an image> 연작(2015-2016))으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선의 글쓰기

이지선이 보여주는 최근의 페인팅 작업은 우연성을 감소하고 선 드로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선을 글쓰기의 시각적 형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Write an image’‘Narrative of a tree’라는 작품 제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는 마치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내듯이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여 흥미진진한 시각적 이야기를 펼친다. 이지선은 페인팅 작업이든 드로잉 작업이든 눕혀놓고 작업하는 본인의 작업 방식을 글 쓰는 방식과 같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것은 이지선이 보는 이야기를 짓는 하나의 의식인 줄도 모른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선형적 존재인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이야기를 시각적 언어로 짓고 조율하는 시각의 서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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