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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작가 개인전
2015.09.01 12:36

2015 국내작가 릴래이 개인전 -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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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15. 9. 4(금) - 9. 1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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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망
김은영 
Kim Eun Young


2015 입주작가 개인전 | 2015. 9. 4(금) - 9. 16(수) | 가창창작스튜디오 SPACE GACHANG 


big1.jpg


Marginal Man-망설임 20.3x25.2cm Oil on Photo 2015

고통에서 소통으로

김은영의 작품은 무채색 톤의 배경에 화려한 비정형 패턴이 폭발하듯 분출한다. 무기물과 유기물 사이의 경계가 파열된 장은 폭력적인만큼이나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구조로 대변되는 층위들의 경계를 위반하는 흐름은 축제와 전쟁, 사랑과 예술에 공통적인 어떤 지점을 가리킨다. 김은영의 작품에서 익명의 구조와 개인 사이를 가르면서 연결하는 비정형 패턴은 열락보다는 고통에 가깝다. 그것이 몸이라면 흘러나온 체액이고 정신이라면 패닉 상태이며, 소리라면 터져 나오는 비명이다. 흑백 사진 이미지 위에 얹혀진, 아름답게 조율된 흔적이 없는 두툼한 색 덩어리는 승화작용 없이 내부의 응어리가 토해진 듯하다. 주/객체 간의 경계가 파열되는 현장은 구체적이다 못해 비체적(abject)이다. 그것은 ‘부적절하게’ 경계를 넘은 오물처럼, 이물감과 이질성을 야기한다. 문명은 순수/오염 간의 경계를 위반 하는 비체를 치우고 감춰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구별이 사회 질서의 바탕이 되어왔지만, 예술은 문명이 억압한 요소를 회귀시키곤 한다. 예술은 이러한 불경(不敬)을 통해서 종교에 다가간다.

[경계인] 시리즈에서, 지하철 안에서 조는 사람들의 얼굴과 몸의 괴기스런 변형, 그리고 변기에 토하는 사람은 밖으로 내뱉어져야 할 오물이 내부에서 꿈틀댄다. 내부의 울렁증은 밖으로 뻗어나간다. 김은영에게 예술은 이러한 울렁증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때로 예술 자체가 울렁증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터트릴 것을 터트리고, 토해낼 것을 토해내고 나면 시원한 것이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지 않는다는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사람자리에서 분출하는 마블링 패턴은 음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텅 빈 공간들로부터 생성된 것이다. 반듯한 구조는 반듯한 주체를 생산하려 했지만, 주체는 자폭으로 반응했다. 구조의 폭력은 합법적이며 보이지 않게 조금씩 자행되었고, 어떤 임계점을 넘은 주체의 반응은 격렬하다. 사진, 또는 사진을 보고 그린 바탕 면은 학교에서 성당까지, 병원에서 카페까지, 버스에서 지하철까지, 거리에서 방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주체를 파국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공통적이다.

무채색과 유채색 간의 대조는 환경과 인간 간의 온도 차이를 확실히 한다. 이러한 대조는 현대인을 괴롭히는 진부함과 가혹함을 대변한다. 배경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며 가장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장소는 학교이다. 그곳은 아직 20대인 작가에게 기억도 생생한 트라우마의 장소였다. 태극기 아래의 칠판, 반듯하게 나열된 빈 책상들 사이에 터져 흐르는 힘은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일은 흔한데, 예술적 폭력은 폭력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낙인찍힌 아이 자리에 선명한 붉은 색은 단지 예술적 승화라는 미명아래 추상적 폭력을 그린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인간 사회가 성립되면서부터 시작된 희생양의 신화가 최초의 공적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서 개체 발생적으로 반복된다. ‘왕따’ 현상이 이제는 위험한 폭력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그것은 소수의 운 없는 희생양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라는 제도의 구조적 핵심에 자리한다. 이 원형적 장소는 계급적 차이를 낳는 무한 경쟁이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은영의 작품은 공간이 바뀌어도 악몽 같은 트라우마의 공간이기도 했던 학교적 속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학교가 사회이듯 사회 전체가 바로 학교인 것이다. 나와 타인 간에 흐르는 불안한 기류는 우는 아이를 달래는지 위협하는지 모호한 작품 [공포]에서 감지된다. 눈깔 무늬의 옷에 새머리를 가진 어른은 날카로운 부리만큼이나 공격적인 응시를 상징한다. 그것은 개체에게 내재화된 규율을 낳을 흉폭한 대타자의 시선을 연상시킨다. 자연적 배경은 인공 구조물에 비해 부정적이지 않다. 작품 [심연의 숲]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 사이의 두 나무는 엉켜있는데, 공간 전체를 흐르는 붉은 패턴은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눈 쌓인 대나무 숲에 마주한 이에게 샘솟는 기쁨이 표현된 작품도 그렇다. 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롤러코스터처럼 공포와 쾌락은 명확히 분리하기 힘들다. 공포에도 열락의 계기는 있다.

아무리 가공할만한 폭력을 표현하고 있을지라도, 내부의 응어리를 꺼내는 자기만의 방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고통 속의 쾌이다. 우연적으로 흩어지는 얼룩들은 고통을 소통으로, 죽음을 삶으로 전화위복하는 필연적 과정으로 고양된다. 작품 [환각의 창]에서 무채색과 유채색의 복잡한 패턴은 작가가 세계와 만나는 방식을 보여준다. 세계는 투명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어떤 그물망에 휩싸여 있다. 작가는 자신이 동일시하고 타자에게서도 발견하는 경계인의 시선을 ‘물위에 있어도 들어가기 직전’처럼, ‘다가갈 수 없는 상황’과 비유한다. 그물망을 관통하는 힘은 세계가 온전한 하나라는 충만한 의식 보다는, 갈등과 긴장, 그리고 폭발이다. 직면한 환경과의 적대적 관계를 털어 놓는 그림일기 같은 작품들이 작은 드로잉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자연스럽다. 어린 시절에 겪은 상처를 성인이 돼서도 반복하는 것은 치유의 방식이면서, 그러한 폭력과 상처의 과정이 보편적인 문제라는 자각이다.

에이리언처럼 굼실대는 대중들의 모습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작가의 기피를 반영하며, 대중의 덩어리이자 고독한 개인으로 존재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넘실대는 욕망은 자연스럽게 흐를 수로가 결핍되어 있다. 펜이나 수채화 도구로 그린 드로잉들은 차츰 회화적 스케일로 확대되었다.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을 하면서 이전처럼 사진을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유화로 그리기도 한다. 이전 작업에서 사진적 배경이 어떤 감정적 정조를 분출하기 위한 배경에 머물렀음에 비해, 최근 작품은 마블링 드로잉 없이도 공간만으로도 어떤 정조를 표현한다. 이전 작품에서 마블링 드로잉은 ‘불쾌한 기분’과 ‘위화감을 표현’하기 위해 무채색의 중성적 배경 위에 두터운 색채 덩어리를 충돌시켰다. 이를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요즘은 좀 더 차분하고 냉랭해졌지만 폭력의 강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울렁증을 일으켰던 그 공간들은 그자체로 냉랭하게 그리면서도 물활론적인 변형이 감지된다. 무의식은 몸(과 그 부산물) 뿐 아니라 공간에서도 감지되는 것이다. 주체와 더불어 객체도 변화되는 경악스러운 체험은 뭉크의 [비명]에서 고전적으로 표현된 바 있다. 노을보다 네온 빛에 더 익숙한 21세기의 화가에게 비명의 형태는 팝 적인 색으로 소용돌이친다는 차이가 있다. 이 선들은 경계를 지으면서 경계를 와해한다. 모세관처럼 섬세한 망들은 침투 불가능한 벽이 아니라, 미로와도 같은 겹겹의 매개를 통해서 주/객체를 통하게 할 것이다. 주체처럼 공간도 요동친다. 최근 작품에서 트라우마의 장소였던 학교는 고대의 원형경기장처럼 둥글게 휘어진 모습이다. 그것은 학생 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등골을 휘게 하는 규율, 경쟁, 계급사회의 압박에 의한 변형처럼 보인다. 폭력과 상처에 피 흘리고 폭발하는 주체를 대신하는 것은 건물 앞의 동상이다. 이 길쭉한 그림자 형상의 인체는 멈춰진 시계바늘처럼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꽂혀있다. 

빈껍데기 같은 구호만이 명료하게 보이는 건물의 수많은 창문들은 주시하는 시선들을 느끼게 한다. 그것들은 전능한 빅 브라더가 패놉티콘의 한 지점에서 바라보는 일망 감시 장치 같은 위상을 가진다. 이전 작업에서 배경에 머물렀던 공간과 구조가 폭력의 실체로 전경으로 당겨지면서, 그림일기는 사회비평으로 바뀌고 있다. 주/객체 간의 문제의식이 보편적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공간과 구조 자체가 얼굴이고 몸이며, 정신이고 영혼으로 나타난다. 꿈틀거리는 패턴에 실린 유기체적 형상이 주체이면서 익명이었듯이, 작품 속 공간들은 누구나 한번쯤 가본 듯한 기시감이 있는 장소들이다. 그곳들은 우리가 알기는 알지만 확실하지 않은 장소이다. 그렇지만 참조대상과의 연결망이 회화보다 더 분명한 사진의 속성에 의해 객관적이라 믿어지는 장소이다. 폭발적인 감정이 배제된 텅 빈 세상은 더 썰렁하게 다가오지만, 언제든 다시 점화될 수 있는 경계인의 시선은 여전하다.

이선영(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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